나의 소중한 사람 신재혁 X 신은교 남매
  • 2015-10-10 15: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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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은 남매가 있었다.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꼭 한번 함께 하고 싶었던 두 사람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보냈던 제안에, 두 남매는 흔쾌히 참여의사를 보내주었다.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는 흐릿한 오후, 누나 은교님을 만났다. 다소 상기된 표정로 우리를 반겨주었던 은교님과는 기대했던 그 이상의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맑게 하늘이 갠 며칠 뒤, 동생 재혁님은 담담하면서도 솔직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꺼내주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누나와 있을 때만 나온다는 그 귀여운 모습을 상상했던 것은 우리만 아는 비밀이다.

 

[두 남매의 어린 시절]

은교님의 이야기

본격적으로 인터뷰하기 전에, 기분이 어때요?

살면서 이런 기회가 있을 거란 생각을 안 해봐서 그런지, 떨리고 영광이에요. 제가 주인공일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동생은 어릴 때  부터 이런 일을 하고 싶어 했어요. 방송에 나가고 모델도 하고, 나중에 연기도 하고. 저는 누군가를 담는데 주로 취미를 붙이는 편이라, 동생이랑 있으면 종종 사진을 찍어주곤 해요.

아, 두 분 어릴 때 이야기 듣고 싶어요.

어릴 때는 대전에 있는 장미 모양으로 생긴 큰 아파트 단지 안에서 자랐어요. 그 안에 학교가 다 있고, 작은 공원도 있고, 가정환경도 다들 비슷해서 형제자매끼리 다 친한 편이에요. 제 친구랑 동생이랑 따로 연락하는 경우도 있고, 친구가 저희 집에 와서 셋이 새 시즌 미드 나오면 같이 보기도 하고 그래요.

동생의 어릴 때와 지금은 어때요? 누나 입장에서 자라는 모습을 지켜본 소감이랄까.

어릴 때나 지금이나 동생이 생각이 많고 속이 깊은데 티가 잘 안 나는 성격이에요. 고마운 마음이 있거나 해도 묵묵한 편이에요. 표현을 좀 하면 좋을 텐데, 지금도 똑같아요. 어릴 때랑 변한 건 없는데, 그때는 이해를 못 했다면 지금은 제가 이해하게 되었어요. 친구들이 저한테 하는 말이랑 제가 동생한테 하는 말이랑 비슷하다는 거를 나중에야 알게 됐어요. 아 우리 비슷하구나. 그렇게 동생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변한 게 있다면, 동생은 점점 신경 쓰는 부분이 많아지고 조금 예민해졌다고 해야 할까? 원래는 무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사소한 감정에도 섬세해진 것 같아요.

 

재혁님의 이야기

먼저 간단하게 누나 소개 부탁드릴께요. 자기 소개하는 건 약간 진부한 시작이니까.

어렸을 때는 진짜 많이 치고받고 싸웠어요. 누나도 저도 태권도 4단이고 워낙 성격도 비슷해서, 누나가 잔머리를 쓰면 그거를 제가 이미 알고 누나도 제가 잔머리를 쓰려고 하면 다 알고 있고 했거든요. 요새는 나이 들어서 그렇게 안 싸워요. 제가 생각하는 누나는 가족을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부모님을 많이 신경 쓰고. 누나랑 같이 살기 전에는 신림 반지하에 살았었는데 이번년도 초에 누나도 서울로 올라오게 되면서 같이 살게 되었어요. 누나가 집 청소 이런 거 다 해주고 고맙죠. 사실 요즘에는 누나가 부모님께 연락 자주 드리라고 해서 종종 다퉈요. 부모님께 이미 ‘안녕히 주무세요’ 다 해놓고도, 누나가 부모님께 연락드려라 하면 괜히 ‘누나나 열심히 해’ 라고 말은 던지고 그래요. 괜한 반항심 같은 게 있어서 실제로 그런 건 아닌데 일부로 제가 말을 밉게 할 때가 있거든요.
 
누가 봐도 남매네요(웃음). 그래도 함께 지내면서 특별히 고마웠던 일도 있어요? 어릴 때 어땠는지도 궁금해요.

미안했던 거는 많은데.. 뭐 때문에 싸웠는지 모르겠지만, 누나의 안 좋은 기억을 제가 꼭 집어서 심하게 말했던 적이 있어요. 어린 마음에 싸우다가 해서는 안 될 말을 짓궂게 해서 누나가 엄청 울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건 지금까지도 좀 많이 미안해요. 누나가 그거는 진심이 아니었다는 거를 알겠죠.. 그 외엔 다 즐거웠던 기억밖에 없어요. 어릴 적에 함께 자란 동네 친구들이 있는데 건물 밖으로 돌면서 팀먹고 이어달리기하고 그랬어요. 태권도도 맨날 같이 다니고 단 심사같은거도 같이 보러 다니고. 성격상 좋았던거를 기억을 잘 못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많이 떠오르지는 않는데 뭔가 배고픈데 맛있는 음식 겹치면 기분 좋고, 그거 같이 시켜 먹으면 좋고 그래요. 직업에 대한 큰 책임감이 있어서 그런지 다른 작은 거는 신경을 잘 못 쓰는 편인 것 같아요.

어제 은교님도 재혁님이 표현은 잘 안 하고 여러 말을 하지 않는데도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 것 같다고 이야기 했었어요.

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그거에요(웃음). 이상하게 가족한테만 무뚝뚝하게 하는 그러는게 있어요. 밖에서는 성격 좋다고 하는데. 제가 말을 안 좋게 하거나 비뚤게 해도 그 말의 의도가 그게 아니라는 거를 누나는 알아요.

 

[학생과 모델, 그리고 남매]

은교님의 이야기

두 분이서 함께 살고 있다고 들었어요. 생활하는 건 어때요?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제가 조금 깔끔한 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집안일을 제가 주로 하는 편이에요. 동생도 하라고 시키면 해요. 근데 좀 하라고 누나가 말 안 해도하고, 그러면 더 좋겠죠. 동생이 어릴 때는 좀 깨끗한 편이었거든요? 근데 서울에 먼저 올라와 살면서 자취방에 누가 올 일이 없으니까 혼자 막 해놓고. 잊어버린 거죠.. 청소하는 법이랄까. 저는 기숙사에서 친구들이랑 같이 살면서 청소하는 법을 잊지 않았는데.

저보다 상황이 나은 것 같은데요? 제 형은 시켜도 안 하거든요(웃음). 그래도 혼자서 사는 것 보다는 좋은 것 같아요.

함께 있으면 의지가 되고 좀 든든한 게 있어요. 방에 와서 사근사근하게 말을 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힘들지 않게 청소해주는 것도 아닌데, 그냥 방에 있는 것만으로 조금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집에 먼저 왔을 때 ‘아 이제 들어오겠지’ 싶고, 그리고 동생이 먼저 와있을 때 ‘집에 누가 있구나’ 생각해요. 나 혼자서 사는 게 아니구나.

동생이랑 있었던 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 물어봐도 될까요?

뿌듯함을 느꼈던 일이 있었어요, 누나로서. 동생이 고등학교 때부터 모델 일을 준비했어요. 오랜 시간 고군분투해서 이제 조금 빛을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동생이 저번 시즌에 처음으로 쇼 데뷔를 했어요. 첫 데뷔 쇼에 아빠는 일이 있어 실시간 영상으로 보시고, 엄마랑 친한 친구랑 셋이 보러 갔죠. 동생이 언제 나올지 두근두근하며. 동생이 나오는 거에요. 걸어오는데 표정이 자기도 떨고 있는 거에요. 그 순간 너무 뿌듯하고, 대견하고. 결국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해내는구나. 엄마는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시는데 동생을 온전히 보려고 사진도 안 찍으셨어요. 제가 쇼에 선 것은 아니지만 기쁨, 대견함, 뿌듯함, 자랑스러움. 좋다고 말하는 온갖 감정이 섞여서.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아 이야기만 들어도 제가 다 기분이 좋아요. 동생 신재혁과 모델 신재혁, 누나가 보기엔 어때요.

집에서는 조금 더 귀여운 거 같아요. 나와서는 가공의 모습이랄까. 밖에서는 귀여움보다는 [멋있음]. 본인의 [멋있음]을 은근히 보이고 싶어한다면 집에서는 그런 게 전혀 없죠. 귀여운 거 같아요. 아무리 커서 성인이 되고, 목소리가 굵어지고, 키가 크고 해도 아기 같은 모습이 있어요. 제가 봐온 초등학생 혹은 그 이전의 동생 모습이 남아 있어요. 슈퍼 갈 때 ‘아 같이 가 잠깐 잠깐~ 기다리라고 밖에서~’ 초등학생 때도 항상 그랬거든요.  


 

재혁님의 이야기

누나랑 같이 살고 있잖아요.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을 텐데 어때요?

혼자 있는 게 익숙하기는 한데 그러면 밥도 혼자 먹어야 되고. 그런 거 때문에 잘 안 먹게 되고. 어차피 1인분만 시키면 오는 데도 없잖아요. 같이 밥 먹을 때랑 누나가 청소해주고, 그런 거 때문에 잘 안 치우게 되는 건 있지만 누나가 대신해줘서 고마워요. 서로 재밌어하는 티비 프로그램 이런 게 비슷해서 같이 보고 얘기하고 그래요. 같이 살면서 불편한 거는 딱히 없어요.

은교님 인터뷰 때랑 되게 다른데요(웃음). 보통 같이 뭐하면서 시간 보내요?

누나랑 커피 마시러 가거나, 누나는 사진 찍어주는 거 좋아하고 저는 찍히는 거 좋아하니까 함께 있을 땐 그렇게 시간 보내요. 영화는 정말 가끔 같이 보러 가고. 저는 원래 혼자 영화보러 가거든요. 혼자 지내는 게 너무 익숙해지다 보니 누나가 챙겨주는 게 고맙긴 한데 그렇게 따로 지내는 시간이 많은 편인 것 같아요. 사실 요새 너무 다툰 기억밖에 없어서...(머쓱) 제가 워낙 예민해요. 특히 요즘 체중 조절할 때라.

곧 패션위크 기간이라 더 그렇겠네요. 함께 지내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도 있을 것 같아요.

이번년도 초 패션위크할 때 누나가 엄마랑 제가 서는 쇼를 보러 왔어요. 제가 일하는 모습을 제대로 한번 보여주고 싶었는데, 평소에 촬영하고 하는 걸 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쇼에 서는 걸 보면서 재혁이 열심히 하는구나 그런 걸 느꼈으면 좋겠고. 누나는 저 찍어주는 거 좋아하니까 무대에 제가 나오면 저 찍어주기도 했어요. 끝나고 엄마가 자랑스러워 하는 것도 누나가 옆에서 지켜봐 주는 것도. 해준 게 딱히 별거 없어도 그런 게 좋았어요.

 

누나도 어머님도 너무 뿌듯하셨을 것 같아요. 모델 준비는 언제부터 했어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110kg가 나갔었는데 3개월 만에 40kg를 빼고 모델 학원에 들어갔어요. 그 이후에 이것저것 하다가 잘 안 됐었고 서울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방황하다가 다시 몸무게가 늘고 그랬어요. 마지막으로 잘 해보자 하고 열심히 했는데 한 티비프로그램 통해서 일이 잘 풀려서 이렇게 계속 모델 활동을 하고 있어요. 누구든 열심히 하는 건 똑같은데 말로는 열심히 한다고 해도 보여지는 것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보여지는거라도 먼저 열심히 하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예를 들어 작년에 포트폴리오 사진이 부족해서 제가 직접 작가님께 연락해서 사진 부탁드리고 헤어부터 메이크업 모두 직접 찾아가서 설명을 드렸어요. 그렇게 포트폴리오 부족한 부분들을 다 채웠어요. 언제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잖아요.

누나와 관련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특별히 모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사실 저는 섬세한 편이에요. 약간 소심하기도 하고. 조금 바뀌게 된 게 초등학교 5-6학년 때 너무 소심하고 내향적여서 친구들이 멀리하려는 느낌이 드는 거에요. 그래서 그때부터 소심한 거 티 안 내려고 어떻게 더 유머러스해질까 생각도 하고 털털해지려고 노력했어요. 친한 친구들은 제가 여리고 생각 많을 걸 알아요. 그래도 남들에게 약해 보이기 싫었던 것 같아요. 직업적으로도 약해 보이거나 자신감 없어 보이면 안 되잖아요.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님께서 야구선수 시키려고 했는데, 10개월 정도 하다가 허리가 안 좋아져서 그만뒀어요. 야구선수 하려면 하루에 10시간씩 운동하고 먹기도 많이 먹어야 하는데, 그만두고 나서는 운동은 하지 않고 먹는 양은 똑같아서 살이 엄청 찐 거에요. 어릴 때부터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직업을 하고 싶다 생각했는데, 당시 친구들은 못한다고 얘기했어요. 사실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별명도 ‘배고파’ [105kg 돌파?]였고 뚱뚱하다고 놀리기도 했어요. 이런 이야기 듣는 것도 스트레스였고 모델이 하고 싶어서, 날짜도 기억나요. 5월 18일에 운동을 시작해서 여름방학 끝나고 학교에 돌아갔는데 아무도 몰라보고 그랬어요. 독하게 했죠. 매일 운동하고. 나중에 책 한 권 써야겠어요. 누나한테 써달라고 해야겠다(웃음).  


[가족에 대한 책임감]

은교님의 이야기

갑자기 궁금한 게 있는데, 같이 살면서 늦게 들어오거나 하면 서로 연락을 잘하는 편인가요.

저는 자주 하는 편이에요. 동생은 먼저는 이야기를 잘 안 하는데 새벽에 들어올 경우에는 이야기해요. 제가 장녀여서 그런지 부모님께서 걱정하시지 않게 ‘저희 잘 있어요’를 전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근데 동생은 그런 게 좀 없죠. 하루에 한 번 연락 할까 말까. 제가 전해주는 역할이에요. '걱정 마세요. 재혁이는 잘 있어요’. 동생은 그런 제 마음을 아는 것 같기는 해요.

이야기하다 보니, 두 분 모두 서로가 서로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네요. 동생에게 특별히 고마운 순간이 있었어요?

있었어요. 대체로 저희 집은 한결같이 화목하고 큰일이 없는 편이에요. 그래도 집에 일이 있을 때가 있잖아요. 얘기가 필요하고 대화가 필요한 시기가 있는데, 장녀 콤플렉스라고 해야 하나. 큰딸이고 하니까 혼자 부모님 짐을 덜어드려야겠다는 생각, 동생도 그 짐을 함께 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걸 인지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죠. 그 시기에 동생이랑 같이 대전에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게 맞았던 적이 있어요. 집에서 밥을 먹고 커피를 사 들고 공원에 앉아서 이야기하는데, 그때는 기분이 그랬는지 스스럼없이 자기 마음을 얘기 하더라구요. 그렇게 이야기해줄 때, 처음이었던 거 같아요. 이제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겠다고 해야 하나. 동생이 나도 옆에서 짐을 함께 짊어지고 있다. 나는 티를 내는 사람이 아닌 걸 누나가 잘 알지 않느냐. 혼자 힘들어하지 마라. 그때 저도 참 고마웠죠. 너도 그런 마음이 있었구나. 동생이 다 컸구나.

동생이 옆에서 덤덤하게 지켜주는 모습이 너무 예뻐요. 함께 살면서도 종종 힘이 될 것 같아요.

학기 초에 학교에서 힘든 일이 있었어요. 원래 혼자 방에서 운다던지 그런 성격이 전혀 아닌데, 그 날은 처음이었어요. 동생이랑 같이 살기 시작하고, 오늘처럼 다운되는 날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방에서 혼자 울고 밖에 나왔는데 동생이 위로라고 짧게 몇 마디 해줬거든요. 큰 위로도 아니었고 ‘왜 그래’ 이런 무심한 말이었는데, 그 말 몇 마디에 금세 기분이 좋아졌어요. 아, 이래서 가족이 같이 살면 좋구나. 말 몇 마디로도 하루 끝을 바꿔주는구나. 신기했어요.

 

재혁님의 이야기

힘든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 편이에요? 그래도 누나가 있으니까 든든할 것 같은데.

사실 뭔가 힘들고 그럴 땐 혼자 해결하려는 스타일이에요. 그냥 누나가 저 보면 제가 예민하고 힘든 거 아니까, 누나가 그때를 알아서 말을 잘 안 걸어줘요. 제가 어떤 부분에 짜증 내고 그런 걸 잘 아니까 그거에 대한 터치를 안 해요. 힘든 거는 남에게 말을 잘 하지 않고 속으로 가지고만 있어요. 좋은 거는 많이 공유하는데. 이건 연애할 때도 똑같아요.

맞아요. 그거는 서로 정말  아는 사이일 때만 해줄  있는  같아요. 그럼 혹시 앞으로 누나랑 해보고 싶은 거 있어요?

누나랑 같이 이런 거(나의 소중한 사람 프로젝트) 해보고 싶었어요. 누나는 워낙 사진 찍히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해서 같이 해볼 기회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기회가 생겨서 좋은 것 같아요. 같이 하고 싶었던 거였는데 누나가 ‘이런 거 있는데, 메일로 보냈다’ 해서 봤더니 괜찮은 것 같아서 해보고 싶었어요. 또 누나랑 여행 가보고 싶어요. 둘이서 가본 적이 없어서 이번 겨울에 해외 한번 같이 가보고 싶은데. 일단 돈을 모으고 있어요.  

둘이서 여행 좋네요. 왜 같이 가고 싶은지 물어봐도 될까요.
 
누나는 배경이랑 사람 찍는 거 좋아하고 저는 찍히는 것 좋아하니까요. 또 구경도 같이하고 싶고 혼자보다는 둘이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누나는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본 적이 없어서, 누나의 장래희망 이런 걸 모르겠어요. 알고 싶기는 한데 마땅히 물어볼 자리도 없고.

 


[서로의 존재가 각자에게 주는 의미]

은교님의 이야기

동생이랑 앞으로 함께 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여행 가고 싶어요. 동생이랑 둘이 가면 너무너무 다른 여행일 것 같아서. 아직 동생이랑 둘이서는 여행을 안 가봤어요. 보통 형제자매끼리 어떤 특별한 사건 같은 거를 잘 안 만들잖아요. 캠페인 취지와도 맞는 것 같은데, 너무 익숙한 관계는 낯선 사건을 통해 더 소중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동생과 가는 여행은 서로가 어떤 존재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또 귀하게 여길 줄 아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서로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알아가는 시간. 저희 관계는 흔해서 더 귀한 것 같아요.

조금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는데, 동생의 존재가 은교님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생각 많이 해봤거든요. 일상에 여기저기 다 들어가 있으니까. 동생이 제 삶에 안 들어가는 부분이 별로 없으니까. 제목은 정확히 기억 안 나는데, ‘너는 나에게 희귀해서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너무나 흔한 존재다’라고 말하는 시가 있어요. 표현이 조금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동생은 제 삶 어디에나 존재해요. 동생을 빼놓고 ‘나’를 설명하는 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릴 때는 얼굴도 많이 닮았었어요. 성격도 비슷하고. 얘가 이 말을 할 때 무슨 생각을 하고 하는지 알겠는거에요. 근데 걔도 똑같아요. 제가 무슨 말을 하면, 누나 이런 생각 하면서 나한테 이런 말 하는 거 아니냐고 누나 생각 뻔한 거 모르냐고 해요. 사소한 취향부터 좋아하는 음식까지 너무 다 비슷하니까. 나한테는 일상 어디에나 있는 흔한 존재, 빼놓고는 내가 설명이 안 되는. 소중하다는 말로는 진부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 기회를 통해 동생에게 전하지 못했던 진심이 있으면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솔직한 편이라 전하지 못한 말은 거의 없어요. 고맙거나 화나고 미안한 거, 해줬으면 하는 거 다 이야기를 하는 편인데 그래도 만약 이 자리를 빌어서 동생에게 할 수 있는 말을 하자면 ‘고맙다’ 인 것 같아요. 고맙다. 그냥 별일 없이 잘 있어줘서 고맙다. 잘 자라줘서 고맙다. 나도 아직 같이 성장하고 있지만, 여기까지라도 너랑 나랑 별 탈 없이 잘 와서 다행이다. 그래서 고맙다.

오늘 인터뷰 어떠셨어요? 저희는 개인적으로 너무 감사드려요. 좋은 관계를 만난다는 거, 쉬운 일은 아니라 생각하거든요.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 관계를 다시금 정리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는 게 참 뿌듯해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만큼 충실하고 싶었거든요. 살면서 이런 기회? 기회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이런 감사한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조차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프로젝트에 정말 고맙네요. 남매 관계를 떠나서 고민도 많고, 걱정도 많았던 24살의 내 삶이 이제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방향을 못 찾고 정체되어 있던 제 삶에 ‘가자!’하고 말해주는 원동력이 되는 거 같아요.

 

재혁님의 이야기

이 자리를 계기로 누나에게 전하지 못했던 진심이나 속마음을 전해보는 거 어때요.

이런 건 진짜 표현을 안 해서.. 잘 지내자는 그런 거 아닐까요. 전 진짜 이런 거 표현을 안 해서..(부끄) 누나한테 무슨 이야기 해야 하지.. 근데 알 텐데.. 알아서 잘.

에이, 그래도 가끔은 표현하는 것도 좋잖아요. 누나가 어떤 걸 잘 알 것 같아요.

많이 고마워하고 있다는 거를.. 누나가 저를 많이 챙겨주니까 고맙다는 말은.. 그런데 얼마 전에도 집에 왔는데 누나가 청소를 다 해놨었어요. 그런데 고마움의 표현을 안 해서 조금 다퉜거든요. 그다음에 누나가 또 청소를 해놨었는데 그때 다툰 게 있어서 ‘고맙다고 얘기해야지’ 하고 마음먹고 들어와서 말을 했는데 15분 뒤에 왜 고맙다는 말을 안 하냐고 하는 거예요. 마음먹고 들어와서 했으니까 제가 분명히 기억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누나한테 소리 질렀단 말이에요. 화 안 내고 한 번 더 ‘고마워’ 하면 되는데, 이미 한번 했으니까 하기 싫은 거에요. 누나가 못 들어놓고 왜 그러냐 하고 결국 제가 미안해서 먹을 거 사줬어요.

진짜 동생 같아요(웃음). 그럼 마지막으로, 누나라는 존재가 재혁님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음.. 뭔가 마냥 벼랑 끝에 놓였을 때라도 누나라는, 가족이라는 존재가 있어서 든든해요. 누나가 공부도 많이 해서 엄청 힘들 때 누나가 있으면 해결책을 줄 것 같고,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저 혼자 생각하기 힘들 때 누나한테 물어볼 것 같아요. 누나한테 저에게 부족한 거를 많이 물어보는 편이고 생각해보면 서로에게 부족한 거를 채워주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오고 갔던 이야기 중에는 티격태격하며 함께 자란 평범한 남매의 모습부터 서로의 속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고 있다는 돈독한 모습까지 모두 담겨있었다. 조금은 도도해 보였던 첫인상과는 달리 유쾌하게 말을 이어가던 은교님. 모델이야기를 해주실 때는 [멋있음]의 느낌이, 누나이야기를 할때면 살짝 부끄러워하던 재혁님의 모습이 여전히 보기 좋은 남매로 기억에 남아있다.

CREDIT
에디터        |  김애나 박재성
포토그래퍼  |  김호근(모멘틱) 박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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